<허수아비춤 - 조정래> 부도덕한 대기업의 탐욕을 파헤친다.






 

허수아비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조정래 (문학의문학,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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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명성에 비하면 그의 글을 읽어본 적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그의 글을 단 한 줄 읽은 기억이 없다. 그 유명한 조정래의 대하소설 3종세트를 구비해놓고 싶은 충동이 요전에 한참 들때가 있었는데 선뜻 갖춰놓지 못한건 먼지만 쌓일까봐, 아니면 반대로 너무 빠져서 다른걸 못할까봐 걱정이 되었던게 한 가지 이유고, 들여놓을 자리가 없다는게 다른 이유였다. 물론 소장에 대한 허영만 날로 늘어가 이미 살까말까 만지작거리는 책들이 몇 있는데 언제 읽을지 모를 세트를 들여놓는데 지출한다는 것이 석연찮은 것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접하기 힘들지 않았나 싶은데 모처럼 단권의 작품이 나와 아쉬운대로 그의 글을 어디 맛좀 보자 하며 타협한 결과가 허수아비춤이다.

 

  허수아비춤은 내내 번듯해 보이는 대기업 내부의 곪을대로 곪은 타락상을 고발하고 있다. 정치계와 법조계,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에 연줄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로비를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그들에게 정의나 자비따윈 없다. 그 수단도 목적도 '돈'이다. 하지만 그 돈이 더 큰 몫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지만 고 꿩, 알, 도랑, 가재는 그들만의 것이다. 그것도 약자들을 착복한 결과로 얻은 전리품이니 그들만의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들이 검은 거래를 하는 모습을 통해 도덕성을 보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아예 내팽개쳐 버린 뻔뻔함을 드러내면서 작가는 끊임없이 대중의 각성을 요구한다. 당연하다 느끼고 그대로 있다면 이러한 폐단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므로 행동에 나서기를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간절하고도 집요하게 이야기한다.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계몽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요즘 문학을 읽은지도 좀 된데다 그간 여류작가들의 작품들 위주로 읽은 탓인지 시원시원하고 남성적인 전개가 인상깊었다. 게다가 몰입도가 높아 헤프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두드러지지 못하다는 것과, 지지부진하고 지루한 것과는 다른 의미로 사건의 전개가 더디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돈에 눈먼 타락한 인간은 결국 한모습이라는걸 말해주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건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유형의 깊이 또한 맛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말했던 것처럼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 중요한 것을 깨우쳐 주려는 목적이 분명한 소설이기 때문에 깊이보단 전달에 치중하려는 임무에 충실하려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대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은 도를 넘어서서 원래 도덕성을 요구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인정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그처럼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론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방관하고 마는 모순된 자세를 경계하길 요구한다. 실제로 소설 속에 묘사된 인물들의 행위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파렴치하다. 충분히 짐작하던 것들이 낱낱히 파헤쳐지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에이 설마 정말 저럴까 싶었는데 이 책을 막 다 읽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보란듯 SK家 최철원의 폭행사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니,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공들였다는 1년여의 취재기간을 무색하게 한 것 같은 미안함이 들었다.

 



멍교수
책꽂이/문학 2010. 12.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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